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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다시 만난 운명(가제) -1. 예기치 않은 변화

 

1. 예기치 않은 변화


 서울의 새벽은 차가운 도시의 속삭임과 함께 서서히 깨어난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골목길과 빌딩 사이로, 첫 차의 헤드라이트가 번쩍이며 하루를 알린다. 도시는 잠에서 깨어나는 듯 조용히 숨을 쉬기 시작하고, 점차 그 생명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골목과 대로를 채운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도시의 아침을 살아 숨 쉬게 한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도 서로에게 익숙한 얼굴이 되어, 무언의 연대감을 느끼며 걷는다.

 

 하민준의 일상은 한결같았다. 그의 아침은 항상 똑같았다. 잠에서 깨어나면, 잠깐의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간단한 아침 식사와 뜨거운 샤워로 몸을 깨운다.

 하민준은 정장을 갖춰 입고, 서류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바쁜 발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그는 매일 같은 칸에 서서, 같은 길을 통해 사무실로 향한다. 그의 출근길은 늘 북적이는 인파와 함께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하민준은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회의 일정을 점검하며, 하루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계획한다. 그의 책상 위에는 늘 정돈된 문서들과 필기구들이 놓여 있고, 컴퓨터 모니터에는 항상 업무 관련 자료들이 가득하다.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대화는 주로 업무와 회사의 동향에 관한 것들이다. 하민준은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대화를 나누며, 항상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한다.

오후 업무는 더욱 바빠진다. 하민준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중요한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때로는 야근을 하며,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일한다. 그의 업무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퇴근 후에는 피로를 달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거나, 가끔은 동료들과 술 한 잔을 나누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집과 사무실, 지하철을 오가는 일상의 반복이다.

 하민준의 삶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성공적이고 안정적이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 항상 빠져 있는 듯 공허함과 반복적인 일상의 지루함을 감추고 있다. 그는 사회적 기대와 성공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었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하민준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바삐 살아가고 있었다. 적어도 옆집 부부의 소란이 있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날도 동료들과 술 한잔 하고 들어가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조용히 잠을 청했다.

 새벽의 정적을 깨고 옆집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민준은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2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벽을 타고 그의 방으로 스며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분노와 상처로 가득 차 있었다.

 ‘부부싸움이라도 하나보네…’

 민준은 침대에서 뒤척이며 그 소리를 피하고자 했지만, 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변명과 항변이 이어졌고, 다툼은 점점 더 격해졌다. 물건을 집어 던진 것인지 벽을 때린 것인지 쿵쿵 소리가 난무하여 민준은 잠에서 깨어나 별 수 없이 귀마개를 귀에 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민준은 무시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한 마음에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이러한 소란은 새벽 내내 계속되더니 동이 틀 무렵 조용해졌다.

 아침, 눈을 뜬 민준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고는 놀랐다. 08:30 AM. 지금 당장 출발해도 지각이었다. 민준은 곧장 상사에게 전화를 했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지각입니다…...”

 처음으로 늦잠으로 인한 지각 변경을 둘러대고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그는 옆집 부부의 문제로 인해 자신의 일상까지 영향을 받게 된 것에 짜증을 느끼는 한편, 마음이 불편했다. 이웃을 적도 없으면서, 그들의 사적인 싸움에 억지로 참여한 기분이었다.

 

 민준은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9시에도 지하철은 만원이다.

 길거리는 이미 출근 시간의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민준은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마지막으로 도착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 사이에서 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헤맸다.

 

 그 순간, 민준의 눈앞에 낯설지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 그의 첫사랑 임서연이었다. 그녀는 창가에 기대 서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는 고요한 평온함이 가득했다. 민준은 잠시 동안 그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의 마음속 짜증과 긴장감이 임서연의 모습을 보는 순간 잦아들었다.

 민준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 "서연아?" 그의 목소리는 불안한 떨림을 감추지 못했고, 그의 마음은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간 , 설렘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 그는 순간적으로 과거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고, 그녀를 다시 만난 것에 대한 현실의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임서연은 민준의 불안한 목소리에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녀의 얼굴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미소는 마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첫사랑의 감정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민준은 그녀의 따뜻한 미소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마음속 긴장감은 잠시 사라지고, 오래전 잊었던 첫사랑의 감정이 다시금 살아나는 듯했다.

 임서연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따뜻한 미소로 화답했다. “민준아, 정말 오랜만이네.”

 그들 사이의 긴장된 침묵은 지하철이 출발하며 부서졌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도시의 풍경은 그들의 마음속에 잊혀진 추억을 되살렸다.

 “아직도 그림 그리고 있어?” 하민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임서연은 자신의 꿈을 향한 열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대답했다. “응, 여전히 내 꿈을 쫓고 있지.”

 민준은 그녀의 말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그는 성공과 사회적 기대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임서연의 말에서 그는 부러움을 넘어 자신의 모습이 볼품없이 느껴졌다.

 “너는 어떻게 지내?” 임서연이 물었다.

 “나? 그냥... 일하고, 또 일하고.” 민준이 어색하게 웃었다.

 서연은 민준의 말에 픽 웃으며 “너도 여전히 그대로네” 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시간이 정말 빠르네." 서연이 말했다.

 "그러게.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니." 민준이 대답했다.

 서연은 민준의 눈을 바라보며 “민준아, 우리 이렇게 다시 만난 거, 정말 신기하다. 이렇게 보게 될 줄 몰랐어.” 라고 속삭였다.

 민준은 그녀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도 그래. 너를 다시 만날 줄은 몰랐어.”

 지하철이 다음 역에 멈추었을 때, 그들은 현실로 돌아왔다.

 “다음에 또 만나자”는 하민준의 말과 함께, 임서연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내렸다. 지하철 문이 닫히 자 하민준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만나지?”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민준은 임서연에게 자신이 처음으로 그녀를 보았던 순간을 회상했다. 학교 복도에서 처음 본 그녀의 빛나던 미소,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건넸던 첫 인사. 그 모든 순간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하민준은 평소와 같이 PC를 켜고 업무를 시작했다. 화면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온통 우연히 만난 서연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미소, 그리고 그녀가 전해준 따뜻함이 계속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는 문서를 열어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잠깐의 대화였던 그 순간들이 계속해서 그의 생각을 방해했다. 그녀가 말한 "우리 이렇게 다시 만난 거, 정말 신기하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그의 귀에 울렸다. 그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면서도 임서연과의 대화를 되새겼다.

 점심시간이 되어 동료들과 함께 식당에 갔지만, 그의 마음은 어딘가 멀리 있었다. 동료들의 대화는 그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에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그의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오후에도 민준의 머릿속은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회의 중에도 그의 눈앞에는 임서연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보지 못했을까민준은 자신의 망설임과 주저함을 원망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민준은 임서연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그녀와의 재회가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어떤 의미를 가질지 고민했다. 그의 마음은 희망과 기대감, 그리고 미안함과 원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있었다.

 그날 , 민준은 잠자리에 들면서도 임서연에 대한 생각을 멈출 없었다. '다음에 그녀를 만나면 연락처를 물어봐야지.' 그는 다짐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의 마음은 오랜만에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찼지만, 동시에 다시 만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으로 가득 있었다.